Ver. Screening Teaser Trailer


Non Fiction Diary
2013/HD/Documentary/stereo/90min

Synopsis

90년대 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김영삼 정부는 북핵위기를 거치며 보수적인 내각으로 탈바꿈하고 국내외 불만세력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1994년 "돈많은 이들을 죽이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등장한 지존파의 존재는 사회 기득권층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보수세력의 불안감은 다음해 터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통해 증폭되고, 이러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지존파를 사회정화를 위한 본보기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한다.


statement

1994년 전남 영광에서 20대 초반 아이들이 모여 “그랜저 탄 자 = 돈 많은 자”라는 구호 아래 사회적 불평등의 분노로 시작된 지존파의 범행은 정작 그야말로 '돈 많은 사람'은 단 한명도 죽이지 못한 채 검거되며 일단락되었다. “인육을 먹었다”, “우리는 악마의 씨를 타고났다”는 말로 회자되는 이들의 범죄 스토리는 자본주의 모순을 범행 동기로 표방한 최초의 연쇄살인범이자 한국의 압축된 성장과정에서 단 한 번도 표면화 되지 않았던 계급적 블랙코메디에 가깝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그 성장의 속도만큼이나 많은 것들을 은폐시키며 스스로를 긍정해왔고, 본 사건의 당사자 대부분들은 죽거나 혹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오늘날 이 전대미문의 사건기록이 대부분 삭제되거나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기억상실증’은 당시 한국사회의 부유층들과 지식인들이 지존파의 분노에 대해 얼마나 큰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4년간 이 사건을 조사하며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니는 것은, '기록한다'는 행위에 대한 냉정한 질문이다. 지난 세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의 남겨진 조각 속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이미지들은 동시대 예술가로서 실천하는 '기록적 투쟁'에 가깝다.